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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로그/경제 이슈

불길이 치솟는 미중 관세 전쟁: 중국의 125% 맞불 전략

by UnderNote 2025. 4. 11.

사진: Unsplash의Markus Winkler

확전되는 경제 냉전의 현주소

글로벌 경제를 떠받치는 두 거인의 싸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84%에서 125%로 올리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 공세에 강력하게 맞대응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중국 상품에 145%라는 천문학적 수준의 관세를 부과한 직후 발표됐다. 두 경제대국 간의 이러한 격돌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21세기 패권 다툼의 경제적 전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무역 관세 배경에 숨겨진 패권 경쟁

이번 관세 전쟁은 단순한 무역 불균형 문제가 아니다. 피상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무역 적자가 원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글로벌 패권을 향한 장기 경쟁의 일환이다. 미국은 2024년 중국과의 무역에서 2,95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경제 규모의 약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1조 달러에 가까운 액수로 과장하며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미국의 진짜 우려는 중국의 기술적 부상이다.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거나 추월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관세 정책의 근간을 이룬다. 트럼프의 첫 임기부터 시작된 관세 전쟁은 경제적 도구를 활용한 지정학적 억제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의 관세 전략 분석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층층이 쌓이는 복합적 구조를 갖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125%의 상호관세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존에 부과한 20% 관세(펜타닐 관련)를 더해 145%에 달한다. 이마저도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트럼프 1기 때 부과한 관세 등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누적적 관세 구조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이라는 국내 정치적 목표도 겨냥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상당한 비용 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수입품 가격 상승은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응 전략과 한계

중국의 125% 관세 인상은 겉으로는 강경한 대응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략적 후퇴의 신호를 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더 이상 관세율을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관세 경쟁의 비생산성을 인식한 현실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관세 외에도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여행 자제령, 미국 영화 수입 제한, 희토류 수출 통제 가능성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이는 중국이 가진 경제적 영향력의 다각적 측면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중국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미국과의 전면적 경제 대립은 자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관세 전쟁에서는 승자가 없다"며 유럽연합과의 협력을 통한 다자주의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미중 두 경제대국의 관세 전쟁은 글로벌 경제에 광범위한 충격파를 발생시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두 국가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3%에 달한다. 이들 간의 무역 분쟁은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고 세계 교역량을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탈세계화(deglobalization)' 현상의 가속화다. 그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 자유무역 기조가 보호주의로 급선회하면서, 글로벌 분업 체계가 약화되고 경제적 효율성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관세 전쟁의 영향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글로벌 증시도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투자 감소와 경기 둔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새로운 무역 질서의 재편 가능성

이번 관세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글로벌 무역 질서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한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무역 체제가 약화되고, 블록화된 경제권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중국은 WTO에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으나, 실효성은 제한적이다.

이런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으로 이어진다. '차이나+1' 전략을 통해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리쇼어링(reshoring)이나 니어쇼어링(nearshoring)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증가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결론: 잃어버린 균형점을 찾아서

미중 관세 전쟁은 글로벌 경제의 균형점이 급격히 재조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100%가 넘는 상호 관세는 경제적 합리성보다는 정치적 상징성이 강하며, 실질적으로는 양국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 아닌 냉철한 경제적 계산이다. 관세 전쟁의 현실적 비용과 이득을 정확히 평가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미중 양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적 기류로 볼 때, 단기간 내에 관세 전쟁이 완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세계 경제는 상당 기간 보호주의와 불확실성이라는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된 환경에서 각국은 새로운 경제 질서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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